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- 작성일 : 2020-07-18 09:27:14
홈ABA를 저와 2년 넘게 진행해오고 있는 엄마가 올린 글입니다.
저는 전남에서 세 아이를 키우고 있는 엄마입니다. 셋째 아이가 21개월 무렵 (2017년) 아이가 무언가 다르다는 것을 느끼고 영유아건강검진 시에 조심스럽게 의사선생님께 얘기했더니 대학병원에 검진을 받아보라고 소견서를 작성해주셨습니다.
이 지역 대학병원에 문의하니 36개월 이 전에는 정확히 판단을 할 수 없다고 하였고, 서울 쪽 대학병원은 예약이 꽉 차 그 해에는 진료를 받을 수 없었습니다. 겨우 예약한 것이 2018년 8월이었고 2019년 2월에야 비로소 검사를 받을 수 있었습니다. 결국 36개월 무렵에 첫 검사와 진료를 받은 셈입니다.
아이 상태를 검사하고 진료하기까지 꽤 긴 시간을 기다려야 했는데 마냥 손 놓고 있을 수만은 없었습니다. 처음에는 아이의 증상을 이해하기 위해, 그 다음에는 내가 어떻게 해야 할 것인지 판단하고자 인터넷과 각종 책, 그리고 논문자료들을 닥치는 대로 찾아보기 시작했습니다. 아이의 상태를 넘겨집지 않으려고 애썼으나 인터넷과 책에 나오는 여러 지표들은 내 아이가 자폐스펙트럼의 범주 안에 있음을 보여주었습니다. 한동안 정말 많이 울고 좌절하며 아픈 시간을 보냈고, 그러다 어렵사리 기운을 내서 제가 할 수 있는 것을 찾기 시작했습니다.
관련 책과 논문들을 까다로운 전문용어들이 익숙해질 만큼 읽고 또 읽어보았으나 그 어떤 것도 “이거다”라고 방법을 제시해주거나 이끌어주는 것은 딱히 없었습니다. 만 3세 이전에 치료를 시작하는 것이 가장 좋은 예후를 보인다는 글들을 봤기 때문에 이 시기를 헛되이 넘길까봐 마음이 초조했습니다. 인터넷에 떠도는 여러 가지 치료들.. 특히나 어떻게 했더니 완치 되었더라 라는 말은 정말 제 마음을 혹하게 했습니다. 돈만 있다면, 지역이 여기가 아니라면.. 정말 별의별 생각을 다 했던 것 같습니다. 그렇지만 내가 할 수 있는 범위 안에서 객관적이고 효과적인 방법을 찾아야겠다 싶어서 방법을 계속 모색하던 중 남편의 권유로 ABA를 알게 되었습니다.
저는 본격적으로 ABA 관련 책들도 읽어보고 인터넷으로도 검색해보기 시작했습니다. 글로 읽은 ABA는 원리가 간단했기 때문에 쉽게 느껴졌습니다. 하지만 막상 내 아이에게 적용하기에는 많이 모자랐고, 우연히 2017년 하반기에 김숙희 원장님의 ABA에 대한 강의를 듣게 되었습니다. 그 때 당시 제가 사는 지역에는 ABA가 없었고 이 치료를 받으려면 타 지역으로 가야했었습니다. 그런데 김숙희 원장님이 제공하는 원격화상프로그램 (홈ABA)은 이사를 가지 않고 집에서 제가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었습니다.
처음 홈ABA를 신청하고 아이를 평가하고 첫 목표를 잡았을 때 “뭐 이런 것을 다하지?”라는 생각을 했었습니다. 일반 아이들이 발달과정에서 그냥 다 하는 것들이 목표에 들어 있는 것처럼 보였거든요. 하지만 내 아이가 이런 것들을 ‘그냥 다’ 자연스럽게 습득하지 않는 다는 것을 알게 되자 그 목표와 과정이 수긍이 되기 시작했습니다. 진행과정은 아이가 실행가능하도록 단계를 나누어 세밀하게 설계되었고 무엇보다 데이터로 결과가 나온다는 점이 좋았습니다.
물론 과제를 내 아이에게 맞게 재구성하고 수업 자료를 만드는 것은 쉬운 과정은 아니었습니다. 매주 코칭을 받고 나면 수업자료를 만들고 직접 시행하고 영상으로 찍어 보여드리고 조언 받아야 할 것을 메모하고, 부족한 점을 메꾸어야 했습니다. 그렇지만 김숙희 원장님은 언제나 내 아이가 목표를 달성할 수 있도록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하였고, 안 되면 또 다른 방법을 제시해 주셨습니다.단 한번도 “우리 아이들은 원래 그거 못해요. 단념하세요”라고 하신 적은 없었습니다.
여러 기술을 올리는 것 뿐 아니라 문제행동에 대해서도 김숙희 원장님은 대부분 이해하기 쉽게 설명해주시고 적절한 중재를 해 주셨습니다. 중재방법이 단순하고 명확하기 때문에 적용하기 쉬웠고, 그리고 효과가 있었습니다. 전문가의 코칭이 얼마나 중요한지 실감하게 되는 순간이었습니다.
아이가 자폐진단을 받기까지 1년 6개월의 시간동안 홈ABA를 받았고 지금도 1주일에 한 번씩 받고 있습니다. 그 동안 아이는 처음에 pecs로 원하는 것을 요구하던 것이 “너 손에 들고 있는 공 나 빌려 줘” 라고 말 할 정도로 놀라운 발전을 보이고 있습니다. 물론 세 아이들을 돌보고 살림도 하며 수업을 병행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지만 아이가 달라지는 것이 눈에 보이고 할 수 있는 것이 하나 둘 씩 늘어가는 것을 보는 재미로 버티어 내고 있습니다. 아이를 위해 내 스스로가 무언가를 하고 있다는 것이 정말 좋고, 또한 큰 위로가 됩니다.
현재 제가 사는 지역은 ABA에 대해 별로 안 좋게 생각하거나 사탕이나 젤리를 주면서 강화물을 주고 있으니 자기도 ABA기법을 쓰고 있다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있는 것 같습니다. 그러나 제가 직접 ABA를 2년 반 넘게 겪어본 결과 왜 각종 논문과 책에서 전문가들과 같이 하라고 하는지 알 것 같습니다. 그리고 그 전문가가 임상경험도 풍부하다면 더욱 좋을 것입니다. 우연히 김숙희 원장님을 만나게 되었지만 저와 제 아이에게는 진심 행운이라고 생각합니다.
제 아이가 자폐스펙트럼이라는 사실은 여전히 떠올리고 싶지 않고 여전히 익숙하지 않습니다. 어린이집 선생님이나 다른 사람들과 이야기할 때 아무렇지도 않은 척 이야기하지만 여전히 슬픈 사실입니다. 하지만 홈ABA를 하면서 저도 아이도 많은 변화가 있었고, 지금처럼 엄마인 제가 아이 곁에서 전문가의 도움을 받으며 매 순간 필요한 중재를 계속 한다면 아이가 커서 일반사회의 한 구성원으로서 무리 없이 살아갈 수 있게 되지 않을까라는 희망을 품어봅니다.